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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방」, 공간에 잠식당해 사물화된 현대인의 고독, 최인호의 : 6분 안에 듣는 고전문학 [6분 클래식]

산업화의 시기로 접어든 1970년대 한국사회의 풍경을 매우 날카롭게 포착한 최인호의 단편소설 「타인의 방」을 6분 안에 뚝딱! 플레이🎵 00:00-05:32 줄거리 재구성 낭독 05:33-06:41 노태훈 문학평론가의 작품 소개 낭독 및 내레이션 │김성현 배우 평론 │노태훈 문학평론가 일러스트레이터 │이나헌 작가 📖 노태훈 평론가의 평론 ✏ 최인호, ｢타인의 방｣ 최인호 작가는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남긴 작가 중 한 명일 것입니다. 장, 단편소설을 비롯해 큰 볼륨을 가진 역사소설은 물론이고 산문과 시나리오 등 쉼없이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대형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고 영화나 드라마에도 많이 관여했으며 각종 문학상도 섭렵했고요.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도 활발하게 신작 소설을 발표할 정도로 열정적인 작가였습니다만 그 성취에 비해 대중작가로만 부각된 측면도 있습니다. 「바보들의 행진」, 「별들의 고향」, 「고래사냥」, 「상도」 같은 작품을 많이들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최인호 작가의 초창기 단편소설은 산업화의 시기로 접어든 1970년대 한국사회의 풍경을 매우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는데요. 그 대표적인 작품이 ｢타인의 방｣입니다. 이 소설은 출장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온 한 남자가 외출한 아내의 거짓 메모를 확인하고 자신의 집에서 낯선 경험을 하게 되는 에피소드를 짤막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얼핏 카프카를 연상케 하는 이 기이한 이야기는 환상담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소설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한국 사회에 막 등장하기 시작한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입니다. 점차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라는 획일화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자기만의 영역이 아니라 정형화된 구역에서 지내게 되었죠. ‘타인의 방’이라는 제목은 이를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고, 소설 도입부에서 자신의 아파트 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주인공을 내다보는 이웃들의 시선 역시 공간에 잠식당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처럼 공간과 사물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는 ‘공산품’일 때, 작가는 ‘인간은 어떻게 자신의 주체성을 획득할 수 있을까’ 하고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아무도 없는 집 안을 천천히 살피면서 이 공간에 있는 사물의 역할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그리고 얼른 그 사물들에 의존해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를 바라죠. 하지만 ‘사라진 아내’에 대한 생각이 이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 공간의 사물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환청을 경험하고, 급기야 자신도 어떤 사물도 변하고 맙니다. 돌아온 아내에게 그것은 결국 잡동사니로 취급되어버리고 같은 메모를 남기도 아내는 다시 떠납니다. 이 이야기는 각자의 개성과 주체성은 사라지고 부속품으로서의 기능만 수행하는 사물화된 현대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급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되던 1971년에 이 소설이 발표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대 사회의 변화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혼란은 지금 시대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여전히 규격화된 공간과 사물들 속에서 ‘인간’들만 교체되고 있으니까요. 최인호 작가는 ｢타인의 방｣을 하룻밤 만에 다 썼다고 술회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정도 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열아홉의 나이로 신춘문예에 입선해 평생토록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매진했던 이력을 생각해보면 타고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학계에서도 최인호 작가에 대한 조명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더 많은 독자들이 최인호 작가의 다채로운 면모를 확인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인호, ｢타인의 방｣을 교보문고에서 https://bit.ly/3uKbI67 #6분클래식 #최인호 #타인의방 #한국문학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