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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미 - 사랑은 계절따라 (1969)

노래 이야기 많은 분들이 가을이 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하면서 잠도 설치게 된다고 하는데요.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기분 변화는 호르몬의 변화 때문이라고 해요. 햇빛을 많이 쬐면 낮에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증가하고요. 이 호르몬이 밤에는 ‘멜라토닌’으로 변화하면서 잠을 잘 자게 만드는데요. 봄과 여름에는 세로토닌 분비가 증가하지만,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에는 세로토닌이 감소하게 되고요.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면 밤에 멜라토닌 역시 줄어들게 되면서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자꾸 뒤척거리게 된다는 겁니다. 그 뿐 아니라, ‘세로토닌’은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엔도르핀’의 생성을 촉진하는데, 가을엔 ‘세로토닌’이 줄어들면서 ‘엔도르핀’도 감소하게 돼서 왠지 울적한 기분이 드는 거죠. 그래서, 가을이 되면 쓸쓸한 마음을 어딘가에 기대고 싶어지고, 그래서 사랑이 더 그립고, 노래를 들으면 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더 와 닿고, 슬픈 멜로디 하나에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때가 많은데요. 이렇게 감수성 풍부해지는 가을이면 생각나는 멋진 노래가 바로 ‘박건’ 선배님의 ‘사랑은 계절따라’ 입니다. 박건 선배님의 고향은 전라남도 함평인데요. 원래 본명은 ‘홍몽희’이고, ‘박건’은 가수로 활동하면서 지은 예명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를 잘 불렀던 박건 선배님은 군악대에서 ‘가수병’으로 군복무를 마쳤고요. 고향에서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게 기회를 잡을 수 없었고, 서울로 상경하게 됩니다. 그리고, 작곡가 ‘마상원’ 선생님의 제자가 돼서 ‘꿈속의 어머니’와 ‘장미엔 가시가 있다’라는 노래를 발표했지만, 두 노래는 빛을 보지 못했고요. 박건 선배님은 가수에 대한 꿈을 잠시 접고, 편곡을 배우며 또 다른 길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1968년, ‘두 글자’ 라는 노래를 발표했는데, 이 노래가 큰 사랑을 받으면서 비로소 박건 선배님은 가수로 주목 받았고요. 박건 선배님을 인기가수로 확실하게 자리잡게 만들어준 노래가 바로 다음 해인 1969년에 발표한 ‘사랑은 계절따라’ 입니다. ”여름에 만난 사람 가을이면 가버리고 가을에 만난 사람 겨울이면 떠나가네 어디서 왔다가 어느 곳으로 가는지 계절이 다시 오면 그대 오려나 그대는 오려나 그대는 떠나가도 계절 만은 돌아오고 사랑은 떠나가도 그대 만은 못 잊겠어요 ​ 웃으며 만났다 웃으며 떠난 그 사람 계절이 다시 오면 돌아 와 주오 돌아 와 주세요 그대는 떠나가도 계절 만은 돌아오고 사랑은 떠나가도 그대 만은 못 잊겠어요 “ ‘사랑은 계절따라’의 작곡가 ‘민인설’ 선생님은 김상희 선배님의 ‘팔베개’, 방주연 선배님의 ‘두 그림자’, 김태희 선배님의 ‘고향마을’, 이영숙 선배님의 ‘사랑이 싹틀 때’, 나훈아 선배님의 ‘누구를 위해’ 등~ 많은 노래들을 작곡했는데요. 민인설 선생님의 이름을 널리 알린 첫 번째 히트곡이 바로 ‘사랑은 계절따라’입니다. 이 노래는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진 이후, 계절의 변화를 통해서 더 깊어지는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는데요. 차분하고 쓸쓸한 분위기에 진한 이별의 슬픔이 느껴지는 발라드곡으로 박건 선배님의 맑으면서도 힘있고 애절한 목소리가 듣는 이들의 가슴을 울리구요. 이 노래가 발표될 당시에는 트로트가 주류였기에, 발라드 장르의 ‘사랑은 계절따라’는 기존 노래와 다른 새로운 느낌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이 노래가 발표된 1960년대말은 이농향도(離農向都), 즉 고향을 떠나서 도시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정말 많았고요. 그러다보니, 돈을 벌기 위해 정든 고향을 등지면서 애틋한 사랑의 이별을 경험한 청춘남녀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렇게 마음 한 켠에 애틋한 이별을 품고 살았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쓸쓸한 가을, 외로운 계절에 가슴 시린 이별의 노래였던 ‘사랑은 계절따라’가 더욱더 나의 이야기처럼 다가왔던 거죠. 찬 바람이 가슴 속에 들어오면서 지나간 옛 사랑과 아련한 이별의 추억이 더욱더 그리워지는 가을인데요. 고독까지도 낭만적인 이 계절, 오래 전 그날의 우리들의 애틋한 감성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보시면 좋겠습니다.